Worldwide K-Beauty Platform SILICON2
- 유럽 뷰티 플랫폼 ‘더글라스’ 인수한 글로벌 PE ‘CVC’
- 실리콘투에 3000억원 베팅...주가 한 때 9% 가까이 상승
코스닥 시장에서 실리콘투 주가가 18일 오후 들어 들썩였다. 주가는 전일 대비 한때 9%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방아쇠는 투자 유치 소식이다. 실리콘투는 세계 최상위권 사모펀드(PE) 운용사 CVC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유치했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자본이 개별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라 K뷰티 산업 전체의 ‘길목’을 골라 베팅한 셈. 시장은 이를 실리콘투의 위상에 대한 공인 인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에 CVC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유치한 실리콘투(실리콘투)
- 브랜드 대신 K뷰티 ‘길목’에 주목
K뷰티가 잘 팔린다는데 그 돈은 실제 누가 벌까. 보통은 브랜드를 떠올리지만 브랜드는 뜨고 진다. 지난해 1등이 올해 5등이 되는 게 화장품 시장이다. 실리콘투는 브랜드를 맞히는 대신 브랜드가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에 섰다.
브랜드 소싱부터 재고·통관·물류·현지 유통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구조다. 미국 대형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한국 브랜드 수십 곳과 개별 거래하느니 실리콘투 한 곳과 손잡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 모델의 성적표가 8월 14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담겼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7491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6%, 47.6% 늘었다. 순이익은 1267억원으로 70.3%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19.7%로, 유통업에서는 흔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1163억원이었는데 반년 만에 그중 67%를 채웠다. 2021년 매출 1310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환골탈태다.
유럽 성장세가 눈에 띈다. 상반기 유럽연합(EU) 매출은 2493억원으로 68.7% 늘어 최대 시장 자리를 지켰고 미국은 1350억원으로 67.6% 증가했다. 눈에 띄는 곳은 그다음이다. 영국이 688억원으로 121.6% 뛰며 두 배 넘게 커졌고 러시아는 238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폴란드 물류 허브를 축으로 한 유럽 확장이 EU 바깥까지 번지는 신호다.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1년 새 10개에서 16개로 늘었다.
지난해 멕시코 법인을 열었고 브라질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UAE 거점의 중동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재고자산은 반년 새 50% 늘어난 4510억원, 물류센터 등 유형자산은 62% 불어난 2072억원이다. 팔릴 물건을 미리 사두고 그걸 쌓아둘 창고를 짓는 데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돈을 넣은 쪽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CVC는 1981년 설립돼 전 세계 30개 오피스에서 약 2120억유로를 굴리는 대형 PE다. 규모보다 눈여겨볼 것은 이력이다. CVC가 2015년 경영권을 인수한 더글라스(Douglas)는 유럽 22개국에서 약 2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유럽 최대 프리미엄 뷰티 플랫폼이다. 파인투데이, PDC브랜즈, 파마리서치, 스타비젼 등 글로벌 뷰티·소비재 기업에 두루 투자해왔고 리테일과 B2B 유통, 3PL·물류 분야 투자 경험도 폭넓다. 화장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이미 아는 자본이 K뷰티 수출 관문에 들어온 것이다.
박종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K뷰티 밸류체인상 최대 글로벌 무역벤더로서 실리콘투의 위상과 중장기 성장 여력을 확인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가 평가했다.
CVC 투자로 종전 실리콘투 저평가 시각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시장에서 실리콘투는 중소형 무역벤더들이 사업 규모를 키우고 브랜드 업체들이 직접 유통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고, 그래서 밸류에이션이 낮았다”고 짚었다. 그는 “시장이 실적이 아니라 ‘대체 가능성’을 의심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실리콘투)
CVC 투자에 대해 실리콘투가 기대하는 부분은 시너지효과다. CVC는 글로벌 소비재·뷰티·리테일 기업의 전·현직 경영진으로 구성된 고문·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이를 활용해 해외 리테일 고객 확대, 현지 인프라 구축,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적 M&A 등 협력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며 “유망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VC 관계자도 “여러 시장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온 검증된 역량과 브랜드·리테일러와의 견고한 관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실리콘투의 다음 단계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